지난 주, 제주도에서 교육이 있었다. 교육이 시작되기 전 개천절 연휴를 이용해서 가족들과 같이 제주도 여행을 했다. 원래는 연휴가 시작되는 3일에 출발하려고 했으나, 역시 연휴라...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다음날인 4일에 출발. 아이들은 월요일에 체험학습으로 학교도 결석하고.....

김포공항.
 

제주도에 도착하여, 일단 차를 빌리고... 중문근처에서 밥을 먹으러 갔다. 정식이라고 했는데, 옥돔구이, 제육볶음 등등 꽤 푸짐하다. 그냥 아무데나 들어갔는데도 맛이 괜찮았다. 제주도 음식들이 다 맛있는 듯...


배를 채운 후,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게으른 우리 식구들은 방에서 일단 좀 쉬고.... 테디베어뮤지엄을 방문.  
 

벌써 저녁... (호텔에서 너무 오래 쉰 듯...ㅠㅠ) 역시 근처에 흑돼지를 판다고 하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ㅡㅡ;; 소주를 시켰더니, 한라산물 소주라는 것이 나온다. 두껍게 썰어져 나온 돼지고기를 돌판에 구웠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아이들이 노래방에 가고 싶다고 해서... 매우 건전하고 저렴해 보이는 노래방으로... 요즘 i-pod에 푹 빠져 있는 지윤이는 레퍼토리가 많이 늘었다. 호텔로 돌아와 분수도 보고, 바에서 어느 외국인 연주자의 플룻연주도 좀 듣고...
 

다음날... 역시 게으른 우리 식구들... 느즈막히 일어나, 호텔 정원을 산책했다. 잘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 바다가 보이는 벤치, 작은 동물원까지... 호텔 안에서 하루를 보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배를 타고 마라도에 가려고 했는데, 날씨가 도와 주질 않는다. 비가 부실부실 오기 시작한다. 또 아무 곳이나... 그냥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갔다. 만두와 칼국수를 시켰는데, 칼국수 국물에는 골뱅이 비슷한 '보말'이라는 것이 잔뜩 들어 있었다. 맛이 일품. 예상치 않게 시원한 국물에 감동하면서 맛나게 칼국수를 먹고...

초콜렛박물관에 갔다. 예전에 이야기만 듣고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 재미있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나중에 나올 때, 매장에서 초콜렛을 샀는데, 맛은 생각보다는 별로.....;; 하지만, 아이들과 재미있는 구경을 했으니 만족...
 

         

비가 계속 내려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그래도 잠수함을 타보자고 결정. 잠수함 타는 곳 근처 가게에서 이천원하는 비옷을 사입었다. 배를 타고 잠수함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면,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잠수함을 탈 수 있다.
  

  

잠수함 안에서 디카로 사진을 찍었는데도 아이들은 잠수함에서 찍어주는 사진을 돈주고 사야한다고 아우성이다. 한 장에 5천원이나 하는 엄청나게 비싼 사진인데... 안 사주고 나왔더니 난리가 났다. 결국 2장을 더 서비스로 받고... 4장을 만원주고 구입..ㅠㅠ
  

  

잠수함에서 물고기들을 많이 봐서 눈이 호강을 했으니, 이제는 입과 배를 호강시켜줘야... 멋져 보이는 횟집으로 입성. 말이 필요없다. 우리가 먹은 것은 뱅어돔.
  

  

  

호텔로 돌아왔는데, 아이들이 수영장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수영복을 아이들 것만 챙겨 가지고 온 터라... 우리는 옷을 입고 들어가 아이들 수영하는 걸 구경만 했다. 도윤이는 특별지도도 받고...
  

그리고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교육을 받아야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성산 일출봉과 미로공원에 갔었다고 한다. ㅠㅠ 카메라에 들어 있는 사진들 중 두 장만..  

   

교육은 아침부터 밤중까지 매우 인텐시브했지만... 큰 재미는 없었다. 어쨌든 우리 팀이 비즈니스 시뮬레이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간식과 음식이 모두 맛있어서 몸무게가 한 2킬로 늘었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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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다음날인 토요일, 엄마와 오빠들네 식구들과 다 함께 무의도로 갔다. 공항 고속도로를 따라 영종도로 가 옆길로 빠져 나가서 배를 타고 들어가면 무의도라는 작은 섬이 나온다. 영화로 유명한 실미도가 지척이어 물이 빠지면 걸어서 건너갈 수도 있다는 그 섬이다.

잠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데, 막바지 여름 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선착장에 늘어선 차들의 행렬이 무척 길었다. 차 안에서 잠진도와 영종도가 이어지는 갯벌 풍경을 찍었다.

  

무의도에 차를 내려 찾아간 펜션은 널찍하고, 바다와 갯벌이 바로 집 앞 마당이 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울에서 그렇게 더웠는데, 비도 간간이 내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무척 날이 쌀쌀했다. 긴 옷들을 별로 가지고 오지 않아 조금 지나자 감기가 오는 것 처럼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식당은 예쁘게 꾸며져 있었는데, 2층은 펜션이고 1층은 식당. 음식 맛은 그냥 그랬지만, 마당이며 집 안은 아기자기 꾸며져 있었다. 마당의 작은 분수와 우리가 먹은 두부전골.

  

식당에서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과 고양이들. 아기 고양이들인지 추운 건지 상자에 들어가서 나오질 않는다. 휴가철에 잔뜩 찾아 오는 손님들에 별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찾아간 곳은 하나개 해수욕장. 날이 춥고 비가 내려서 물어 들어갈 상황은 전혀 아니었는데다가....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이 넘쳐나고 해변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무엇보다 경악스러운 것은 쓰레기... 모래사장이며 바다며...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해수욕장은 전혀 관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바다를 별로 보고 싶지가 않아서 그 위에 있는, 드라마 천국의 계단 세트장엘 가봤다. 그 드라마를 보긴 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권상우가 나온 것 같기는 한데 말이다...ㅡㅡ;; 세트장 앞에는 드라마에 등장했던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거대피아노가 있었다. 아이들보고 올라가 보라고 하고는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사실, 권상우가 바닷가에서 피아노를 치던 장면은 기억이 나는데... 저런 저러다가 피아노 다 망가지겠군...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하나개 해수욕장은 별로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아, 실미도 쪽으로 갔다. 이 쪽은 사람도 덜하고 해변도 깨끗했다. 밀물이라 실미도까지 걸어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아이들은 바닷물에 들어가 조개껍질을 주으며 즐거워 했다.

   

이 쪽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별로 깊지 않은 바닷물에서 연신 망둥어를 잡아 올리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남편이 계속 쳐다보다가는 가게에 가서 4천원하는 낚싯대를 3개 사왔다. 갯지렁이를 여러마리 낭비한 끝에 오빠가 작은 망둥어를 한 마리 잡았고, 이어서 남편도 망둥어를 잡아 올렸다. 초보자들이 문방구 낚싯대로 마구 잡아 올리는 걸 보니... 이 동네는 그야말로 물반 고기반인가 보다...

     

기울어 가는 오후, 서해의 작은 섬의 서쪽에서 바라보는 하늘이 무척 아름답다. 아이들은 조개를 줍고 갯지렁이를 가지고 놀고... 초보 낚시꾼 아빠들은 손맛에 정신이 빠져 있다.

     

도윤이는 아빠 옆에서 같이 낚시줄을 보며 참견을 한다. 하지만 갯지렁이 한 통을 다썼어도 잡은 고기는 모두 7 마리. 꽤 그럴듯한 크기의 망둥어들도 있고 아주 작은 것도 있고.... 모두 다시 바다에 놓아 주고 돌아섰다. 나오면서 보니 텐트촌의 어떤 집들은 조개 한 냄비에 망둥어 한 쟁반을 올려 놓고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섬의 동쪽에 있는 펜션으로 돌아왔는데, 손맛을 못잊어 또 바다로 낚싯대를 들고들 나가는 사람들이 있더라... 결국 별 수확없이 서울에서부터 사들고 온 고기로 바베큐를 했지만.... 역시 숯불에 구운 고기가 맛있긴 했는데, 바람이 너무 불고 날씨가 장난아니게 추워 나는 점점 머리가 아파져 왔다...ㅡㅜ



올림픽 중계를 보다가 자다가.... 책을 읽다가 또 자다가... 감기인지 심한 두통에 시달리다가 보니 아침이 되었다. 나는 비몽사몽인데, 남편은 간밤에 와인을 꽤 마셔댔는데도 오빠들과 같이 또 낚싯대를 들고 바다로 간 모양이다. 새벽에 우리가 묶은 펜션 위로 무지개가 떴다고 한다. 사진에 희미한 무지개의 모습이 보인다. 인천이 보이는 동쪽 해안이라서 일출도 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어디에선가 두통약을 찾아 먹은 나는 다시 잠이 들었는데, 아이들은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잔뜩 잡아 왔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모두들 신이 났다. 마루에서 잡아온 게들을 데리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한참을 데리고 놀다가... 점심먹고 출발할 때 모두 바다로 돌려 보냈다. 새벽에 나가 잡아온 망둥어들은 바로 놓아 주질 않아서 비닐봉지에서 죽은 모양이고...ㅠㅠ 아이들이 어딘가 갯벌에 묻어 준 모양이다.

    

    

오는 길에 영종도 한 바퀴를 돌아 보고 서울로 왔다. 서울도 별로 덥지 않고... 밤이 되면서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온다. 이제 정말 여름이 다 가나 보다.

이번 주엔 줄창 회의다. 미국에서 5명 일본에서 1명이 온다는데... 과연 3일 동안 그동안 쌓인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 있을지... 하여간 무척 바쁜 일주일이 될 듯하다.

Posted by 슈삐.

3박4일의 여름휴가를 전라남도의 천관산 주변에서 보내고 왔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중의 하나인 천관산 자연휴양림의 통나무집에 신청을 했었는데, 운 좋게 당첨이 되어 숙소는 천관산으로 정했고, 해남, 완도, 강진 주변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올라오는 길에 담양에도 잠시 들렸다. 전남은 오래 전에 선배 결혼식에 가느라 비행기타고 광주에 갔다온 것 이외에는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미지의 지역이다.

길이 많이 좋아져서인지... 서울에서 남도 끝자락까지 가는 데에도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5시간 정도 걸렸던 듯. 여름 휴가철인데도 서해안 쪽으로 가는 사람들이 없어서인지 길도 별로 밀리지 않았고...

숲 속의 통나무집에서 잠이 들고, 벌레들 울음 소리,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빗소리에 잠이 깨는 하루 하루도 즐거웠고, 상쾌한 공기와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해안과 작은 섬들도 아름다왔다. 반도의 끝, 바다에서 가까운 곳이라 산이라고 해도 그렇게 높거나 험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 높게 솟은 산, 특히 아름다운 돌산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하기도 했다.

천관산의 숲속의 집 근처 산책로. 쭉쭉 뻗은 나무들로 숲은 울창하고 길 가에는 예쁜 꽃들도 많이 피어 있다.
(사진이 많아서 작은 사이즈로 넣었다. 자세한 사진이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마도 없을 듯...^^;;)

   

한 고개 넘어가 만난 사찰. 천관사라고 했다. 조용한 절집의 공부방에서 스님은 책을 읽고 계셨고, 오래된 돌탑과 석등, 그리고 색 바랜 절집의 단청을 한참 바라보다가 돌아 왔다. 돌아 오는 길에 바라본 천관산은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마법의 성처럼 산등성이에 삐죽 삐죽 바위들이 나와 있는 예쁜 산이었다.

   

숲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다가 산 중턱에서 아랫마을을 바라다 보고...



강진을 거쳐... 해남으로 향했다.



우리의 첫 목표는 땅끝. 알고 보니 땅끝은 꽤 유명한 관광지였다..; 무더운 날씨여서인지, 바다 건너 보이는 섬들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서 신비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땅끝 기념비로 향하는 길에 앉아서 쉬어본 정자에서 부채를 펴든 도윤이는 마치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라도 읊을 것 같은 모양새....

   

땅끝탑에 적힌 싯구들을 읽어 보고... 방명록에 소원도 적어 보고... 계단 아래 바다에도 내려갔다가... 다시 땅끝 탑이 있는 곳으로 뛰어 올라가보고.... 언덕 위에 있는 전망대는 생략...

   



근처의 식당에서 전복구이를 먹었다. 살아 있는 싱싱한 전복구이가 맛은 있었는데.... 몸부림치는 전복을 보다가 먹는 기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더라... 그리고 해물탕... 전복죽...

   

그 옆의 완도로 이동. 완도를 한 바퀴 돌고 이어지는 신지도도 한 바퀴 돌고... 김이며, 미역, 다시마, 멸치 등을 하나 가득 샀다. 완도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가득있었는데... 수퍼에 가면 여기저기 완도산이라고 쓰인 제품들이 많은 까닭이 그것이었나 보다.

오다가 들른 완도의 정도리 구계등. 동글동글한 자갈들이 가득 차있는 해변에 신이 나서 뛰어 다니던 아이들은, 자갈들 사이로 엄청나게 돌아 다니는 갯쥐며느리떼와 마주치고는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무서워서 이리로도 저리로도 못가고 어쩔 줄 몰라하는 서울 아이들을 데리고 예쁜 자갈과 시원한 바다로 가득 차있는 해변을 벗어났다.

   

구계등의 매점에서 마주친... 마루 밑에서 피서 중인 강아지 한 마리. 그리고 숲 속의 집으로 돌아와 만난 자벌레 한 마리.
   

다음날,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보길도를 가면서 남해의 섬들을 둘러 보려던 나의 계획은, 아침 내내 내리던 비와 비를 핑계대고 숙소에서 게으름을 피운 우리 모두의 탓으로.... 강진 구경으로 바뀌어 버렸다. 강진 시내에 있는 영랑 김윤식의 생가는, 예쁜 주차장과 생가에 이르는 벽돌 도로, 근처 동네의 돌담길에서 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안으로 들어가니 아주 잘 꾸며져 있었다. 집 뒤뜰 위에 높은 담장 구실을 하고 있는 대나무숲, 정감있는 초가 지붕,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 영랑이 책 읽은 모습이 있는 별채, 그리고 곳곳에 영랑의 시가 담겨 있는 바위들. 비록 생가는 원래의 모습은 아니고 90년대에 복원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아름다운 남도의 집은 영랑의 맑은 싯구들을 닮아 있었다.

   
 
     

영랑생가 앞에서 담쟁이의 부착뿌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서울의 초등학생...;;;  

  

강진 시내는 작았지만, 생각보다 잘 정리된 모습이었다. 여기 저기 맘에 드는 구석구석들이 엿보였는데, 잠시 들른 것만으로 무어라고 말한다는 것이 맞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의 다른 지방 소도시들과는 달리.. 유럽의 아름다운 지방 소도시들처럼 발전해 나갈 가능성이 보였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다산초당을 향했다. 다산박물관에서 초당으로 가는 길도 역시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는데, 황토로 다져놓은 길과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숲은 정말 오랫동안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매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는 길에는 작은 차밭이 자연스러운 정원을 이루고 있었고, 황톳길을 따라 초당으로 걸어가는 기분은 정말 상쾌하기 그지 없었다.

   

   

 

아침 내내 내린 비때문에 산 길을 오르는 우리 식구들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로 초당에 도착했다. 오르는 길에는 곧게 뻗은 대나무와 또 다른 곧은 나무들이 울창하고 나무뿌리들과 바위들이 자연계단을 만들고 있었다. 초당과 동암, 서암을 둘러 보고.. 다산이 만들었다는 못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누군가가 초당의 "당"을 "딩"으로 만들어 놓은 안내판을 보고는.. 지윤이가 재미있어 하며 카메라를 가져가더니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아이들은 그런 것들이 재미있는가 보다.

       

강진 시내로 들어와서 늦은 점심 또는 이른 저녁을 먹으로 한정식집엘 갔다. 분재들로 가득한 너른 마당을 가지고 있는 한옥집이었는데, 음식도 맛갈스러웠다. 다양한 반찬과 요리들과 찰밥. 친절한 종업원들. 여행 중에 만난 전라도 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하고 다정했다.

   
밥을 다먹고 난 상을 바라보는 도윤이.
   

강진에서 천관산 쪽으로 넘어와 해변을 따라 드라이브를 했다. 해변에는 허수아비인지... 달걀귀신 인형들인지... 죽창과 삼지창 등을 들고 해안을 따라 쭉 세워 놓은 장면도 있었는데, 차를 세우지 않아 사진을 찍지 못했다. 그게 무슨 전시였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 하니 우리 땅을 지키는 농민들의 모습을 전시한 것일까?

어느 해변가에 차를 세우고 갯벌에 바다를 향하여 길게 난 길을 따라 걸어가 보았다. 갯벌 위에 있는 수백 수천 수만마리의 게들이 따딱 따딱 소리를 내고 있었고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수많은 갯벌 생물들이 길 위에서도 잘 보였다. 남해의 저녁 석양이 비치기 시작한 하늘은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조금 더 가니 두 개의 상록수섬이 연달아 있는 해안이 있었는데, 저 숲에는 무엇이 있을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저 섬에 만들어진 상록수 숲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마량항. 아마 이곳은 바다 낚시로 유명한 곳일 지도 모르겠다. 해안을 따라 낚시도구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여기에도 잘 지어진 방파제가 두어 곳이나 있었는데, 우리는 하방파제에서 저녁 노을과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바다를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천관산의 숙소를 정리하고... 아열대의 숲처럼 푸르름이 우거진 한여름의 남도를 떠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오는 길에는 담양의 소쇄원을 들렀다. 입구에서 만난 토종닭은 풍채도 참으로 당당하더라. 아름다운 대나무 숲을 지나면 아기자기한 정원과 정자, 옛집과 담장이 나타난다. 영국에서 보았던 고성과 그 정원의 아름다움이 떠올랐다.

   

   

   

   

대나무들을 좀 더 많이 보고 싶어서 담양 대나무숲을 찾아갔는데... 그 찾아가는 길에 늘어선 포도밭 앞에서 포도를 한 상자 샀다. 덤으로 얻은 한 송이를 먹어 보니 포도가 정말 달다.

담양 대나무숲. 담양에는 다른 유명한 대숲과 아름다운 산책길들도 있다는데... 우리가 허기도 때울 겸 들른 곳은 드라마와 CF촬영장소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대숲에 있는 까페에서, 죽순이 가득 들어 있는 수제비를 먹고, 댓잎차도 마셨다. 도윤이는 입구의 밤나무의 덜 익은 밤열매들이 신기한지 한참 쳐다보다 가시를 만져 보았다. 아야..

까페를 나와서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 대나무숲에 들어갔다. (물론 허락을 받고...) 엄청나게 굵은 대나무들도 잔뜩 있었고, 여러해에 걸쳐 대나무들을 잘라낸 자리들도 꽤 많이 보였다. 산책로는 온통 댓잎들로 뒤덮여 있었다. 문제는 모기들과 거미들... 모기들이 간만에 대숲에 들어온 방문객을 환영하는 잔치를 벌이려고 달려 드는 통에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고... 사진은 다 흔들려 버렸다..^^;;

   

   

   



서울로 돌아 오는 길... 마침 퇴근시간에 딱 맞추게 되고 말았다. 차는 오산.. 기흥...에서부터 밀려서 서초까지 줄곧 밀렸다. 역시 서울은... 한참 남도의 자연에 빠져 있던 우리를 반갑게 맞아... 생활로 돌아오게 해주려는 것인가 보다.
휴가가 끝났다.
Posted by 슈삐.

6월에 잡혀 있었던 출장 일정 중에서 올란도에 가는 것은 "다행히" 취소되었지만, 둘째 주 도쿄 출장은 절대로 취소할 수 없는 일정이라고 해서 예정대로 비행기를 탔다. 3일 내내 호텔에서만 머물면서 종일 교육, 미팅, group break-out이 이어졌다. 첫 날은 10시경에 호텔 근처의 작은 주점에서 같이 온 팀과 맥주 한 잔씩을 할 수 있었지만, 둘쨋날은 마지막 날 발표자료 준비 때문에 저녁 내내 계속 미팅룸에 있어야 했고, 세쨋날도 일정이 끝나고는 이메일 좀 보고 처리하다가 저녁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그러니까... 별로 일본 구경을 할 기회가 없는 아주 짧은 출장이기는 했지만... 호텔은 정말 훌륭했다. 사실 이 호텔이 처음은 아닌데, 2006년에 출장을 왔을 때도 며칠 머물렀었다. 그 때는 방이 가든뷰가 아니어서 인지 비싸다는 것 이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방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래 사진과 같았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방 안의 느낌은 대략 아래 사진보다 더 좋았는데... (아무래도 좋은 방이었던 듯)



화장실에는 일본식 히노끼욕조를 새로 들여 놓았는지... 하여간 예전에 없던 목조 욕조도 있었다. 교육 중에 나가서 산책할 수 있는 길과 정원도 정말 아름다웠는데, 같이 교육을 받는 일본사람 이야기로는 이 호텔이 메이지 시대 수상을 했던 사람이 소유하던 집이었다고 한다. 정원의 모습으로 보아 상당한 재력/권력가였나 보다. 일본의 호텔 홈페이지에는 정원에 대하여 소개가 나와있기는 한데,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패쓰... (사진도 모두 그 곳에서 가져온 것이다)

산책로의 다리. 밤에는 반딧불이 모여든다고 하는데, 밤에 나가보질 못해서 모르겠다.



호텔 전경.

Garden History

庭園の歴史

가족들과 같이 올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하룻밤에 4-50만원이라는데 과연 개인적으로 올 일이 있을까 싶다. 혹시 다시 출장을 오게 되어 가족들과 같이 오면 모를까...

Posted by 슈삐.
지난번 강화도 펜션여행에 이어, 이번에는 철원의 펜션을 예약했다. 웹사이트로 보니 한탄강 근처의 꽤 괜찮아 보이는 펜션이다. 토요일 점심때 서울을 출발해서 별로 많이 밀리지 않고 철원에 도착했다. 서울로 돌아 올 때도 별로 밀리지 않았는데, 이번 주말은 연휴가 아니어서 그런대로 다닐만 한 것 같다.

펜션은 강화도에서 갔었던 곳들 보다는 좀 낡아 보였는데, 그 동네에 군부대가 많아서 면회 손님들도 많고, 한탄강 래프팅 손님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우리처럼 가족단위 손님들도 꽤 많은 모양이었다. 꽤 넓은 운동장이 있고, 4륜오토바이 코스도 있고, 상추밭도 있고... 바로 옆 한탄강에서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곳도 보였다 (거기서 번지점프 하는 사람들을 2명 봤는데.... 도무지 저걸 왜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짐만 내려 놓고는 근처의 직탕폭포로 걸어 갔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하고 마치 한여름처럼 더워서 래프팅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물에 들어가서 노는 사람도 상당히 많았다.


직탕폭포 아래 쪽의 한탄강.


골뱅이를 잡는 아이들과 남편 뒤로 직탕폭포가 보인다. 처음에는 인공으로 만들어 놓은 둑같은 것인 줄 알았는데, 자연폭포였다. 이 곳 한탄강 계곡의 바위들은 온통 현무암이었다는 것도 매우 신기했다. 날씨가 몹씨 더웠는데도 물은 얼음장처럼 차서 나는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싶지도 않았었는데, 아이들은 계속 물 속에서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녁은 역시 바베큐. 펜션에서의 저녁은 항상 바베큐가 되는 것인가 보다. 우리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사람들도 다들 바베큐...

운동장에서 사방치기에, 땅따먹기에, 공놀이를 하다가... 문을 열어 놓아서 인지 잔뜩 들어와 버린 파리들과 씨름을 하다가 잠이 들고...


아침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또 공놀이...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의 2층에 우리가 묵었었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지붕 위의 풀밭에 바베큐 그릴과 식탁이 있다.


펜션을 나와서, 고석정을 보려다가... 시간관계상 생략하고... 민통선 안쪽의 땅굴을 구경하러 나섰다. 민통선을 넘어 가기 때문에, 차를 마음대로 몰고 다닐 수도, 사진을 아무데서나 찍을 수도 없다고 한다. 제2땅굴 바로 앞에서만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고, 차는 앞에서 인도하는 차량을 쫓아서 움직여야만 한다.

앞 차량을 따라서 차를 타고 한바퀴를 돌았다. 확실히 사람들의 발길이 덜 닿는 지역이라서 풍경도 좀 다르게 보였다. 계속 군부대와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런데, 나이들어서 군인들을 보니... 어찌 다들 어려 보이는지... 생각해보니 다들 20대 초반일테니 그럴만도 하다. 논에는 백로들도 참 많고...

전망대에서 철조망 안쪽의 DMZ를 바라 보았는데, 낮은 구릉이 꽤 넓게 북한땅까지 펼쳐져 있고 군데 군데 나무들이 작은 숲들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들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힘든 산에만 그렇게 숲을 이루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멈추면, 저렇게 평지나 구릉에서도 숲이 되는 구나... 싶었다. 그 곳에는 철새들과 야생동물들도 많을 것이라고는 하는데... 잘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민통선 밖으로 빠져 나오는 길에 옛 철원 시가지를 거치게 되었다. 꽤 넓은 평야지대에 논이 펼쳐져 있었는데, 군데 군데 울타리와 안내문들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울타리 쳐진 곳들은 전쟁 전 철원 시내에 있었던 주요 건물들의 터. 전쟁이 지나고... 또 50여년의 세월 속에서 몇몇 건물들은 앙상한 골격만, 또 어떤 건물들은 아예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나 보다. 학교, 경찰서, 은행.... 많은 사람들이 살던 그 곳은 이제 신분증을 맡기고 "견학"가야 하는, 군인들 이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유명한 노동당사는 민통선의 바로 바깥 쪽에 있었다. 붕괴의 위험이 있어서인지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물 겉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쇠파이프들로 지지대를 설치해 놓았다. 건물의 크기만 보아도 전쟁 전에 이 지역이 얼마나 번화한 곳이었던가를 알 수 있다.

오는 길에 포천에서 이동갈비를 먹었다. 요즘은 소고기를 먹어도 옛날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데, 아무래도 요즘의 상황이 부담이 되나 보다... 나도 채식주의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닐까...ㅡㅡ;;

워낙 짧은 여행이고, 그다지 빨리 빨리 움직여 돌아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본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자주 가보지 못하던 북쪽 여행이라서 색다르게 느껴졌다. 다음에는 더 북쪽으로 가볼까...? 개성이나... 금강산이나... ;;;
Posted by 슈삐.

5월에는 연휴가 2번이나 있는데에다가, 어린이날 연휴는 사실 노동절과 징검다리 연휴도 되어서 2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5일이나 쉴 수 있는 그야말로 황금연휴였다. 1, 2일까지 붙여서 놀러가고 싶었는데 아이들이 학교 수업이 있어서 2박3일로 여행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을 찾아 보았는데, 강화도로 펜션 여행을 가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찾아간 강화도. 지윤이가 가보고 싶다는 다락방이 있는 펜션은 강화도 서쪽 해안가에 있었다. 앞마당에 그네가 두 종류나 있는 아늑한 펜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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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서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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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갯벌 센터가 있는 바닷가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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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고 바닷가를 산책하고 나서 (본의 아니게) 돼지고기 바베큐를 해먹었다. 사실은 근처의 식당을 가려고 했으나, 예약손님만 받는다기에.... 근처 가게에서 고기를 사다가 펜션의 발코니에 있는 바베큐 그릴에서 나름대로 즐거운 요리를 해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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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먹으니 온동네의 나방들이 불빛을 따라 날아 왔는데, 아이들은 나방이 무섭고 징그럽다고 한바탕 난리를 치고... 그 와중에 발견한 마치 연두색 모시저고리를 입은 듯한 나방! 저렇게 예쁜 나방은 처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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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간이 골프연습장앞에서 발견한 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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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엔 석모도로 출발. 갈매기가 따라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배에 차를 싣고 따라오는 갈매기들에게 과자를 던져 주면서 약 15분정도 가니 석모도 였다. 배는 1시간이 넘게 기다렸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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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 바닷가에서 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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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돌도 줍고, 조개도 줍고... 바다에 돌을 던져 수제비뜨기 놀이도 했다. 우리 식구들이 수제비뜨기 놀이를 시작하자, 바닷가에 놀러온 내외국인, 남녀노소.... 모두 갑자기 수제비뜨기 열풍..;;;

펜션으로 오는 길에 예쁜 찻집이 있길래 들러 차를 한 잔씩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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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의 펜션은 새로 지은 집인지 아주 깨끗하고 널찍하고.... 시설도 더 좋았고.. 바로 바닷가여서 경치도 아름다왔다. 그런데, 저녁무렵부터는 비가 너무나 거세어 지는 바람에 밖에 나가거나 밖에서 바베큐를 해먹을 수는 없었다. 집 안에서 저녁을 해먹었는데.... 밤새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잠을 잘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더구나 그 전날 보령에서 해일이 일어 사람들이 쓸려갔다는 뉴스를 들으니... 더욱...;;

마지막날엔 석모도의 보문사를 찾아갔다. 다행히 날씨는 아주 좋아졌고... 석모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보이는 바닷가 경치도 너무나 아름다왔다. 보문사에서 기왓장에 가족들 소원을 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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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을 보기 위하여 108계단을 올랐다. 올라가서 내려다 보는 바다는 정말 시원하고 아름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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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 오는 길에 횟집에 들러 회를 먹고... 횟집 앞의 고릴라 인형과 함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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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갈매기들.... 횟집앞에서 남는 생선들을 기다리던 수많은 갈매기들... 갈매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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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돌아 오는 길엔 차가 많이 밀렸다.... 하지만, 4일 일하면 또 연휴이니 5월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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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이틀이나 내고 강원도에 갔다. 작년 강원랜드에 새로 스키장이 생겼다는데 남편이 거길 예약한 모양이다. 사실 추운 것이 딱 질색이라 스키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가서 그 근처를 돌아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강원도 쪽으로 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국도로 내려서 사북, 태백으로 향하는 길에 보는 눈 쌓인 산들은 마치 커다란 동양화 병풍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듯했다. 비록 주로 흑백으로만 표현되지만 동양화야말로 지극히 사실적인 그림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산, 산, 산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길가에는 층층이 눈이 쌓여 있었다. 눈이 잔뜩 오고 흙먼지가 쌓였다가 또 눈이 잔뜩 오고 또 흙먼지로 뒤덮였다가 또 눈이 오고... 겨우내 그렇게 반복된 눈이 마치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여 있었던 것이다.

하이원 콘도는 새로 지어서 깔끔해 보였다. 늦게 출발한 탓에 도착하니 해가 저물어 구경은 포기... 콘도만 둘러보았다. 태백 눈축제를 간 것은 다음날. 예전 탄광 마을들이 있던 동네는 아직도 검은 땅, 검은 물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태백산 주차장 옆의 개울에 있는 얼음과 눈 사이로 보이는 작은 바위들과 돌들은 붉은색이었다. 예전 탄광에 있던 레일이 철거되지 않아, 이제야 부식되어 녹물이 흐르는 탓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눈축제 장으로 향했다.


눈축제장 입구의 포토존에서 한 장


입구

눈 조각품들이 있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

하트

키가 맞는 사람들이 들어가면 하트가 만들어지도록 만들어 놓은 곳

눈썰매?!

눈이 하도 많아서 아무 곳이나 약간의 경사만 있으면 눈썰매장으로~!

호랑이

호랑이 입으로 들어간 우리 딸들...

돼지모양 조각

눈조각 전시장 전경

눈조각 전시장 전경


눈조각 전시장 전경

눈조각 전시장 전경


실컷 눈썰매를 탄 아이들과 함께 바로 옆의 석탄 박물관에 갔다. 눈축제 마지막 날이어서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박물관 안에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옛날 석탄을 캐던 광산촌의 모습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니.... 나에게는 아직 기억이 생생한 광산 사고 뉴스들, 대학시절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던 탄광촌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아빠 얼굴 예쁘네요'의 기억들이 이제 우리 아이들에겐 한국전쟁만큼이나 옛날이야기처럼 보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의 눈축제장의 모습,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 아줌마 관광부대들, 무심하게 전시되어 있는 사북, 태백의 수십 년간의 탄광이야기가 물과 기름처럼 뱅뱅 겉도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석탄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아이들은 완전히 지쳐 있었고, 우리는 일단 근처의 식당에서 요기했다. 전문 레스토랑처럼 엄청나게 깔끔한 서비스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컵, 그릇 등만큼은 깨끗했으면 했는데... 식당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대목을 맞아 엄청나게 바빴고, 컵을 교환해 달라는 말도 한 번 이상 하기 어려웠다. 음식이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도무지 청결하지 못한 탓에, 대충 눈을 감고 허기를 때울 수밖에 없었다.

오는 길에 남편은 동해에 가서 바다를 보고 회를 먹자고 했다. 그렇게 할까 하다가 표지판에,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라고 쓰인 것을 보고는 방향을 그쪽으로 바꿨다. 도로가 눈길이어 미끄러울까봐 걱정을 했는데, 검룡소로 가는 길은 제설작업도 그런대로 잘 되어 있어 좋았다. 가는 길도, 가서도 한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차를 세워 놓은 검룡소 입구에서 약 1.3킬로미터 정도 산길로 들어가면 검룡소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고즈넉한 눈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갔다. 사람들이 다녀서 좁은 눈길이 나 있었고, 그 옆에 쌓인 눈을 밟으면 수십 센티 눈 속으로 발이 푹푹 빠졌다. 눈 덮인 산길은 너무나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검룡소 600m라고 쓰인 표지판이 놓여 있는 계곡의 다리에서 우리 가족은 돌아섰다. 검룡소를 보고 싶긴 했지만, 다섯 걸음마다 한 번씩 넘어지는 도윤이를 너무 무리시키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눈 길

눈 덮인 산길을 걷는 도윤이와 아빠

눈 길

뛰다 싶이 신이 나서 가는 지윤이와 쫓아 가느라 힘든 도윤이

계곡

검룡소 600미터 앞의 다리


다음날은 밤새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몸이 아팠다. 별로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눈 속에서 놀아서인지 피로가 몇 배나 더 되는 것 같았다. 지윤이는 아빠와 스키장으로 나가고, 도윤이와 나는 방에서 자다가 TV 보다가 하면서 오전을 보냈다. 오후가 되어서야 스키장도 구경하고, 잠시 피시방도 들러 보았다.

하이원

스키 소녀 지윤~

사우나로 몸을 풀고, 저녁은 고한읍의 횟집에서 해결. 벵에돔 (벵어돔 또는 벵이돔)을 주문했는데, 싱싱하고 맛있었당^^ 다만..... 벵에돔 중 한 놈은 살아서 입을 움직이고 있었는데, 종업원을 불러 머리를 좀 치워 달라고 이야기할까 하다가...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고.... 먹어 버렸다....;;

뱅에돔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놈은 살아서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뱅에돔 지리

마지막 날, 체크 아웃하고 떠나려다가 곤돌라를 안 탄 것이 생각났다. 그리하여... 곤돌라를 타고 '마운틴탑'이라고 불리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가파른 상급자 코스를 위에서 바라보며 탄성을 지르고, 초급코스에서 헤매는 중생들을 비웃으며... (난 아예 안탔었으면서....;;;) 올라간 정상은..... 정말 감동을 자아낼 만큼 아름다웠다. 태백산맥의 한가운데에서 눈 쌓인 산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 듯... 솔직히... 융프라우보다 더 아름다웠다.

마운틴탑

중급자코스 내려가는 길에서 한 컷.

마운틴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쪽 풍경

마운틴탑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나무 군락 (나무이름은 잘 모르겠다..ㅡㅡa)

마운틴탑

역시 나무.... 흰색...

마운틴탑

슬로프. 리프트를 타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멀리 보인다.

이제 정말 스키장과 안녕을 고하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시댁으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를 곳은 단양. 천연기념물인 고수동굴. 동굴 입구의 주차장도 한산하고, 가게들은 대부분 철시를 했다. 겨울이 동굴관광에는 비수기여서 사람들이 없는 것인지, 설 전이라 다들 가게 문을 닫은 것인지... 근처에는 중국이나 동남아 쪽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관광객들만 조금 있을 뿐이었다.

동굴 안에도 관광객이라고는 우리 가족밖에 없었다. 워낙 좁은 굴이라 사람이 더 많지 않은 것이 동굴 관람에는 훨씬 좋았다. 동굴은 조용하고, 따뜻했다. 바깥기온이 거의 영하였는데, 동굴 내부 온도는 10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석회암 동굴인 고수동굴에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석순과 종유폭포, 종유벽 등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폭포처럼 늘어져 있는 종유석들의 모습은 마치 파이프 오르간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 여기서 바흐의 오르간 곡을 연주한다면 무척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동굴 생물들에는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버지니아에 있던 룰레이 동굴에 데려갔었지만, 기억이 잘 안 나는 우리 딸들은 고수동굴은 기억할 수 있으려나... 룰레이 동굴의 규모에 비하면 작았지만, 아기자기하고 아름답기는 그에 못지않은 고수동굴이었다.

고수동굴

고수동굴

고수동굴

고수동굴

고수동굴

성당의 파이프오르간 같은 종유석들

고수동굴

고수동굴

서로를 향하여 자라는 석순과 종유석.. 사랑바위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고수동굴

고수동굴

고수동굴

오르간의 건반 같다.


고수동굴의 출구에는 원색의 차양이 쭉 처져 있는 계단길이 있었다. 계단 길옆의 상가들은 역시 다들 문을 닫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동굴에 정말 어울리지 않는 원색의 천막 길... 관리가 잘되지 않고 있는 듯한 주변의 모습에 이렇게 훌륭한 관광자원을 더 잘 개발하면 상당히 괜찮은 수익사업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룰레이 동굴 근처엔 작은 박물관도 있고, 좀 더 잘 꾸며진 기념품 가게들도 있고, 입구나, 주변도 잘 정리되어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었다.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단양을 떠나기 전, 단양역 바로 앞에 못 쓰는 열차를 고쳐 만든 식당으로 갔다. 역시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환경이긴 했으나...(제발 두루마리 휴지만은 식탁에 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ㅡㅜ) 오래간만에 보는, 나무나 석탄을 때는 난로와 열차를 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객실식당의 색다른 맛은 그런대로 맘에 들었다. 사실 태백에서나, 여기서나, 음식 맛 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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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행은 여기까지. 설 전전날 저녁에 시댁에 도착하고 나니, 아이들은 계속 즐겁게 놀긴 하는데... 나는 설거지와 전 부치기에 전념할 수밖에 없었고.....ㅡㅜ 우리보다 조금 늦게 스키장에 놀러 갔던 친정식구들은 설 연휴 내내 엄청나게 신나게 놀았다는 후문이.........

게다가 긴 연휴에 휴가까지 덧대어 꼬박 9일을 놀고 월요일 직장으로 복귀할 생각을 하니 아직 하루가 남아 있는데도 스트레스가 몰려 오는 듯....
Posted by 슈삐.
구정연휴까지 끼워서 쭉 놀아볼 생각으로 월, 화 휴가를 내고 강원도에 왔다. 방에서 인터넷 연결은 안되고... 남편과 지윤이가 스키타러 간 시간에 도윤이랑 여기저기 다니면 놀다가 피씨방에 왔다. 담배냄새가 솔솔 나서 바로 나가야 할 듯...ㅡㅜ

강원도엔 정말 눈이 많이 왔나 보다. 태백에서 눈축제를 구경했는데 오고 가는 길가에 정말 눈이 켜켜로 쌓여 있었다. 오늘은 스키장에 사람이 별로 없고,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고, 놀기엔 좋은데... 스키를 안타니, 아니면 못타니, 정말 할 일이 없다...

사진과 여행기는 시댁에서 구정연휴를 보낸 후 서울로 복귀한 뒤에..^^
Posted by 슈삐.

출장이 계획되어 있는 것은 몇달 전부터 였는데, 도무지 일정이 나오질 않았다. 일정이 나와야 비행기표도 확정하고 호텔도 잡고 출장 승인도 받을 텐데 말이다. 이번 conference의 준비과정을 (그런게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가만히 지켜 보니, 이번 conference는 도무지 갈 이유가 없어 보였다. 지구 반대편까지 열 몇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야하는데, 이렇게 이유도 없이 가야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다고 보스가 가라는 걸 안갈 수도 없는 노릇. 제대로 된 agenda도 없는 상황에서 누굴 대상으로 어떤 미팅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채로 비행기를 탔다. 이렇게 organize가 안되어 있는 미팅은 정말 난생 처음이다..;;;

월요일 낮에 도착하고 조금 졸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Carmine's라는 곳으로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같은 분위기에 엄청난 양의 음식이 잔뜩 나온다. 맛은 뭐... 그저 그렇다.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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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요리라고 나온 오징어 (또는 쭈꾸미?)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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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디쉬 중 하나였던 립. 고기 맛은 괜찮았다... 좀 짠 것만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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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뉴욕에서 상당히 유명한 곳으로 저녁이면 유명인들이 약속장소로 삼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가 유명한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랬던 것인지... 묵는 내내 그다지 인상적인 사람들을 보지는 못했다.

방에서 바라본 호텔 옆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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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은 호텔에서 그 다음날의 미팅의 내용을 모모씨들과 다시 쭉 훑어 보고... 늦은 오후에 사람들과 같이 나가서 잠깐 쇼핑을 했다. 쇼핑이라고 해봐야... 장난감 몇 개 사는 정도. 뉴욕이 처음도 아니고... 신발이 불편해서 발도 아프고, 곧 비가 오기 시작해서 얼른 저녁을 먹고는 돌아왔다.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작년 초에 한 이틀정도 Fairfield에 갔다 오고, 작년 여름엔 Orlando에 다녀왔었는데.... 모두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었고.... 최근에는 가끔 미국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출장이 아니라 지윤이랑 같이 예전에 살던 필라델피아랑 뉴저지를 둘러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번 출장이 계획되었을 때, 앞 뒤로 시간을 좀 내어서 필리에 가볼까 생각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지윤이를 데리고 가면 미팅을 하는 동안 방에 혼자 둘 수도 없고... 더구나 아줌마도 편찮은 상황이어서 출장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더 낫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미국에서의 생활이 쭉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자려고 눈을 감고 있었는데, 기억이 갑자기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서 스스로도 당혹스러워 졌었다. 아파트의 모습, 주차장, 차, 매일 지나던 길들, 가끔 탔던 버스, 지윤이가 다니던 유치원, 아파트 근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