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디와 에우로파 갈란테가 서울에서 사계를 공연했었으면 카르미뇰라와 너무 비교될라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연장을 찾았다. 오늘 매진이라는 말에... 공연장 분위기가 안좋을까봐 걱정을 했었는데, 왠걸...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주말이라 상당수의 커플들로 좌석이 채워졌긴 하지만..^^

비온디는 사진 속의 꽃미남이 아니라... 통통한 몸집과 통통한 손을 가진 아저씨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에우로파 갈란테의 구성은 베니스바로크와 비슷했지만, 첼리스트가 두 명이었다. (두 대의 첼로 때문인지 뛰어난 첼리스트 덕분인지... 연주에서 바쏘 콘트뉴오의 역할이 무척 돋보였고 강한 저음부가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파르마의 음악가들의 생김새는 베니스바로크 보다는 더 자유분방해보였는데, 실제로 연주하는 모습은 더 긴장되어 보였다는 점이 약간의 차이점. 비온디는 본 프로그램 시종일관 보면대에 악보를 펼쳐 놓고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연주를 했다.

축제라는 부제가 달린 비발디의 신포니아로 화려하고 정갈하게 연주가 시작되었고, 이어지는 르끌레르는 프랑스곡다운 우아함이 느껴졌다. 비온디는 호소력있는 풍부한 음색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했는데, 적절하게 비브라토를 (통통한 손으로) 구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강한 스타카토 또는 소티에의 3악장도 멋졌다. 1부의 마지막에는 무대 한 구석에 놓여져 있던 비올라 다모레가 등장했다. 비온디의 비올라다모레에는 턱받침도 끼워져 있었는데, 비올라다모레와 류트의 2중주가 서정적으로 연주되었는데.... 나에겐 비올라다모레보다 류트가 더 아름답게 들렸었다. 비올라다모레는 좀 더 달콤하고 좀 더 조화로운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생각... 3악장에서 비온디는 춤추는 듯한 모습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다.

다채로운 퍼셀의 모음곡에 이어.. 라 스트라바간자에서 비온디는 화려한 비루투오조적인 테크닉을 보여주었고 본 프로그램의 마지막 비발디 협주곡으로 이어지자 관객들은 모두 숨죽이다 연주가 끝나자 환호하기 시작했다. 특히 첼리스트 마우리찌오 나데오의 카리스마는 단연 돋보였다. 사실 좀 무섭게 생긴 인상에 겁먹었었는데 마지막 곡에서 감동.....

이 이탈리안들도 역시 화끈하게 3곡의 앵콜을 들려 주었다. 첫 곡은 피치카토로 연주되는 귀엽고 아름다운 소곡. 그리고 이어진 것은 사계 중 여름. 비온디는 마치 록 기타리스트처럼... (심지어 앉았다 일어서는 제스쳐도 보여주며) 관객을 사로잡는 멋진 연주를 보여 주었다. 마지막 앵콜곡까지... 이 연주회는 앵콜곡들이 핵심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11월을 유쾌하게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느낌이 들게 해준 연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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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비발디 “세느강의 축제” RV693 중 신포니아
A.Vivaldi – Sinfonia dalla Senna Festeggiante RV693

르끌레르 바이올린 협주곡 C장조 Op.7 No.3
J.M Leclair Concerto per violino Op.7 No.3 in Do Maggiore

비발디 비올라 다모레와 류트를 위한 협주곡 RV540
A.Vivaldi Concerto per viola d'amore e liuto RV540 re minore
(비올라 다모레: 파비오 비온디 / 류트: 잔자코모 피날디)

Intermission - 15분

퍼셀 “무어인의 복수” 모음곡
H.Purcell Suite from Abdelazar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 “라 스트라바간자” 제4번 a단조 RV357
A. Vivaldi - Concerto RV357 in la minore per violino ed archi da "La Stravaganza"

비발디 “조화의 영감” 12개의 협주곡 Op.3 중 No.11
A.Vivaldi Concerto Estro Armonico Op.3 No.11

앵콜곡
1. 글루크 : 발레 "돈 주앙" 중 피치카토
2. 비발디 :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 마지막 악장
3. 코렐리 : 콘체르토 그로소 D장조 Op.6 No.4 중 마지막 악장

Posted by 슈삐.

미국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 놀랍게도..... 선거 기간에 공화당에서 "좌빨"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진보적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이 되었다는데... 오른쪽에서도 많이 오른쪽으로 가있다고 믿었던 나라 중의 하나인 미국이 확실히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가보다. 이제 과연 그 "잃어버린 8년"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 지난 8년간 망가져서 만신창이가 된 그 환자는 소생할 수 있을까...

61년생인 오바마는... 한국 식으로 따져본다면 386세대인 셈이다 (이젠 486인가..). 인권변호사에 빈민운동가 출신이라고 소개되고 있으니 한국의 386들과 나름 공감대가 있을 수도 있겠다. (물론... 어쩌면 지금의 그 386들에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번 미국 대선은 2002년의 한국 대선을 연상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뭐... 사실 오바마가 승리하도록 도와준 일등공신이 조지 부시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분명히 있긴 하다.

어느 정도 여론조사 등을 통해 예상되었던 선거의 결과이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흑인에다가 민주당에서도 진보파였던 오바마가 당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미국민들이 부러워진다. 오바마가 잘난 대통령 후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연설하는 것을 보면.. 뭐.. 확실히 멋져 보이긴 하더라. 지도자란 모름지기 그런 비전을 보여줘야...)... 변화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오바마를 뽑을 수 있었던 미국인들의 그 "희망"이 부러워진다는 말이다. 그건... 내가 산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또는 조금이라도 오르게 해달라고 한 표를 던졌던, 대규모 건설 공사를 해서 내 땅값이, 우리 동네 땅 값이 오르게 되었으면 하는 조금 다른 "희망"을 가지고 투표를 했던 작년 겨울의 한국인들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미국의 중산층 이상 백인 중에 꽤 많은 사람들이 온건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그들은 부시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공화당을 지지한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정치적이지 않고, 건전하고 바른 생활을 한다. 그들은 올바르게 살려고 하며 친절하고 따스하지만... 전통을 중시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내가 아는 미국인 한 분은 부통령 당선자인 조 바이든의 재산이 2억도 안된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자신은 그건 자랑이 아니라 무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내가, 본인 재산으로 선거운동 자금을 조달해서 그렇게 된 것 아니겠냐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단다. 물론 그가 실제로 무능한지 아니면 나름 깨끗한 정치를 했는지는 나로서는 모르는 일이다 (크게 관심도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의 생각이 그 분과 비슷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정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치하기 힘든 나라겠구나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사실... 오바마가 과연 미국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을지.. 민주당 정권이 자신을 공화당과 얼만큼 차별화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알게될 일이긴 하다. (그래도 금리인하와 건설경기 부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어느 나라 정부보다는 일단 더 믿음이 가긴 한다...ㅡㅜ)

그건 그렇고... 오바마의 당선이 예상되었던 오늘 아침부터 나오는, 이와 관련된 국내 뉴스들을 보니... 코미디도 그런 코미디가 없는 듯 하다. 정말 어떤 개그 프로그램보다 재미있긴 한데... 이 개그의 문제점은 한참 웃다가 조금 후에 상당히 우울해진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미국은 어떤 종교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좀 들고.

어쨌건... 자신들도 "유색인종"이면서, 흑인이라고, 남쪽 나라 출신이라고 발 아래로 보는 그런 한국인도 많은데... 미국의 흑인대통령의 등장은 그런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충격을 던져 줄 수도 있을 듯 하다. 이래 저래... 이번 미국 선거 결과는 반길만 한 일인 듯.....

Posted by 슈삐.